주방 관에는 다른 배수구보다 훨씬 많은 기름이 흘러듭니다. 따뜻할 때 묽던 기름은 벽 속 찬 관을 지나며 허옇게 굳고, 그 위에 밥알과 채소 부스러기가 달라붙어 길을 조금씩 좁힙니다. 포항에는 죽도시장 둘레 식당과 반찬 가게처럼 하루 내내 설거지가 이어지는 주방도 있고, 구도심 오래된 집의 작은 부엌도 있습니다. 주방마다 다른 사정을 질문 순서대로 풀어 보았습니다.
시장 가게 주방인데 장사 중에 물이 안 빠지면 무엇부터 하나요?
우선 설거지를 멈추고 싱크대 거름망에 쌓인 찌꺼기부터 비워 주십시오. 물이 넘칠 듯하면 바가지로 떠서 다른 통에 옮겨 두시면 됩니다. 떠낸 물에 기름이 떠 있다면 다른 배수구에 버리지 말고 통째로 모아 두십시오. 이때 펄펄 끓는 물을 한꺼번에 들이붓는 일은 피해 주십시오. 녹은 기름이 잠깐 내려가다 더 깊은 곳에서 다시 굳어, 다음에는 손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 막힙니다.
옆 가게 싱크대도 같이 느린지 한 번 물어봐 주십시오. 오래된 상가는 몇 가게가 관 하나를 나눠 쓰는 곳이 있어, 함께 느리다면 우리 가게 아래가 아니라 건물 쪽 관이 좁아진 것입니다. 장사를 마친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출동하니 가게 사정에 맞춰 연락 주십시오.
생선이나 해산물을 손질하는 주방은 왜 더 자주 막히나요?
손질하면서 떨어지는 비늘과 잔뼈는 물에 녹지 않고 관 굽이에 걸립니다. 여기에 기름이 엉겨 붙으면 덩어리가 빠르게 불어납니다. 손질대 배수구에는 눈이 촘촘한 거름망을 하나 더 두시고, 찌꺼기는 물로 흘려보내지 말고 모아서 버려 주십시오. 생선 내장이나 머리처럼 큰 찌꺼기는 처음부터 봉투에 따로 담아 두시면 거름망이 금세 막히는 일도 줄어듭니다. 이것만 지켜도 관이 좁아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늦어집니다.
시장 식당 주방은 그리스트랩이 있는데도 왜 막히나요?
그리스트랩은 물 위에 뜬 기름을 붙잡아 두는 통입니다. 통 윗부분까지 기름이 차오르도록 두면 더는 붙잡지 못하고 그대로 넘겨 보내게 됩니다. 싱크대와 통 사이의 짧은 관에서 먼저 막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할 때는 통 안과 그 앞뒤 관을 나누어 어느 구간인지부터 짚습니다. 통 위에 뜬 기름은 며칠에 한 번씩 정해 두고 걷어 내고, 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도 가끔 퍼내 주셔야 통이 제 몫을 합니다.
구도심 오래된 집 부엌은 개수대 물이 왜 이렇게 천천히 빠지나요?
오래전에 지은 집은 싱크대에서 바깥까지 이어지는 관이 길고, 중간에 기울기가 고르지 않은 구간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물살이 느려지는 자리마다 기름과 밥알이 내려앉고, 거칠어진 관 벽이 그것을 붙듭니다. 그래서 개수대 바로 아래 트랩은 깨끗한데도 물이 늦게 빠지는 일이 생깁니다. 부엌을 고치면서 싱크대 자리를 옮긴 집이라면 새로 이은 관이 옛 관과 만나는 자리가 특히 잘 걸립니다. 이음 부분은 높낮이가 어긋나기 쉬워 찌꺼기가 머물기 좋은 곳이 됩니다. 아파트처럼 층마다 같은 자리에 주방이 있고 그 물이 세로관 하나로 모여 내려가는 건물이라면, 우리 집 문제인지 공용 줄기 문제인지도 가려야 합니다. 같은 라인 이웃 집도 느린지 알려 주시면 살펴볼 곳이 줄어듭니다.
시장 주방처럼 기름이 돌처럼 굳은 관도 뚫리나요?
뚫립니다. 다만 굳은 정도에 따라 쓰는 장비가 달라집니다. 트랩에서 찌꺼기를 꺼낸 뒤 벽 쪽 관에 스프링을 넣어 보면, 끝에 닿는 느낌으로 덩어리가 무른지 단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무른 덩어리는 스프링으로 풀어 내고, 비누처럼 단단해진 기름은 플렉스샤프트의 날로 갈아 냅니다. 관 벽 전체가 기름으로 덮인 가게 주방이라면 길을 낸 다음 고압세척으로 관 안을 한 바퀴 씻어 내야 같은 막힘이 돌아오는 때를 늦출 수 있습니다. 막힌 자리가 짐작되지 않을 만큼 관이 길게 돌아 나가면 내시경으로 비춰 봅니다. 어떤 장비까지 쓸지 정해지면 시작 전에 금액을 알려 드리고 그 금액으로 마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반찬 가게처럼 국물과 양념을 많이 버리는 곳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국물과 양념은 체에 한 번 걸러 건더기를 따로 버리고, 기름이 뜬 국물은 식힌 뒤 종이로 걷어 내 주십시오. 일하는 사람이 여럿이라면 이 순서를 싱크대 가까이에 써 붙여 두시는 것이 효과가 큽니다.
싱크대 배수 호스만 바꾸면 해결되나요?
호스가 꺾이거나 찢어진 경우라면 바꾸는 것으로 끝납니다. 새 호스를 끼웠는데도 물이 그대로라면 막힌 곳은 벽 속이나 바닥 아래 관이라 장비로 확인해야 합니다. 호스를 바꾸실 때는 끝이 바닥 배수구 안쪽으로 충분히 들어가게 끼워야 물이 옆으로 새지 않습니다.
세정제를 부은 뒤인데 바로 작업할 수 있나요?
작업할 수 있습니다. 다만 관 속에 남은 약이 손이나 장비에 닿지 않도록 어떤 제품을 얼마나 넣으셨는지 먼저 여쭤 보고, 필요하면 씻어 낸 다음 시작합니다.
